‘이춘재 살인 누명’ 故홍성록씨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국가는 유족에게 7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잘못 지목되어 강압적인 조사를 받았던 고인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였습니다.

유족 측은 당초 약 4억 7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 중 일부만 인정했습니다. 서울의 한 법원은 자녀 2명에게 각각 3800여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앞서 법원은 3월에 3억 7000만 원 수준의 화해를 권고했지만, 정부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정식 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불법적인 구금과 강압 조사의 실상

경기 지역에서 1980년대 중반부터 5년여간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은 2019년 진범의 자백으로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고인은 1987년 용의자로 지목되어 영장 없이 약 7일간 불법 구금되었습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조사는 경찰서와 여관 등을 옮겨다니며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152시간의 구금 기간 중 단 19시간만 잠을 잘 수 있었고, 서류철로 구타당하는 등 가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수사 당국은 유도 심문을 통해 증거를 조작했으며,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서까지 첨부해 고인을 왜곡된 이미지로 묘사했습니다.

당시 10살, 7살이었던 자녀들도 조사 과정에서 머리를 맞으며 협박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아빠를 보고 싶으면 제대로 말하라”며 어린 아이들을 압박했습니다.

결국 허위 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고인의 실명과 얼굴, 주소, 직장, 가족 관계까지 모두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고인은 이후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2002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족 측,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 예고

유족 대리인은 선고 직후 “예상했던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진범이 밝혀지기 전까지 용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던 특수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사망할 때까지 누구로부터도 사과받지 못한 채 낙인 속에서 살았던 당사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 국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와는 거리가 먼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판결이지만, 이를 통해 억울하게 수사받은 분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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