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 부정적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의 과거 국제심판 접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국내에서 열린 A매치 등에 참여한 해외 심판들을 상대로 성접대가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p> <p data-source-line="4-4">'축구협회의 해외 심판 성접대' 의혹은 지난 6일 JTBC의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2014 브라질)과 올림픽(2012 런던) 예선전, 국가대표 친선전 등 7경기에 나선 심판들에게 부적절한 접대가 제공된 정황이 드러났다. 접대는 경기를 전후로 협회 관계자가 유흥업소에 동행하고 협회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었다.</p> <p data-source-line="6-6">단순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협회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심판들이 요구했다', '관행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여 사실상 실제 있었던 일임을 시인했다.</p> <p data-source-line="8-8">파급력이 클 수 있는 사안이다. 스포츠에서 심판은 청렴함이 더욱 강조되는 위치다. 국내 심판계의 경우 과거 지인이라도 함부로 인사조차 하기 어려운 특별한 문화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중대한 경기를 전후로도 성접대가 이뤄졌다. 당시 협회 관계자는 '호각을 잘 불어주지 않겠나'라는 말을 남겼다. 접대에 '대가성'을 기대했다고 해석될 수 있으며, 심판 매수, 경기 조작 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p> <p data-source-line="10-10">축구협회의 '법인카드 비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조사 결과 2010년대 초반 축구협회 임직원의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수장이던 조중연 전 회장도 해외 출장에 아내를 동반하고 법인카드를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처는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노래방, 골프연습장 등으로 놀라움을 안겼다.</p> <p data-source-line="12-12">당시는 축구협회의 '또 한 번의 암흑기'로 꼽힌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로 박수를 받았지만, 협회는 빠르게 흔들렸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감독 경질 과정에서 절차를 따르지 않고 협회 고위층 인사 몇몇의 '밀실 행정'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따랐다. 후임 최강희 감독 선임 과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전 회장이 최 감독을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강권한 사실이 밝혀졌다.</p> <p data-source-line="14-14">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과정에서는 당시 선수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축구협회의 대응을 놓고 '굴욕 외교' 논란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조 전 회장은 퇴임 이후에도 축구협회 '자문위원'으로 임명돼 보수, 차량과 전담기사까지 제공받았다. 17개월간 1억 4400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p> <p data-source-line="16-16">조 전 회장은 정몽준 전 회장과 정몽규 전 회장 사이 축구협회를 이끈 인물이다. 장기간 협회에 몸담으며 공과가 뚜렷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차범근 전 감독 중도 경질에서 중심인물로 활약했고 일각에서는 '고대 카르텔'의 중심으로도 지목받는다.</p> <p data-source-line="18-18">그럼에도 심판 성접대는 '암흑기에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성접대 문제는 FIFA 등 국제기구와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축구협회의 수습 방안에 눈길이 쏠린다.</p> <p data-source-line="20-20">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역시 심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금품, 혜택 제공을 받는 것은 금지돼 있다. 대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접대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p> <p data-source-line="22-22">이번 논란과 관련해 7일 현재 FIFA와 AFC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차원의 징계 가능성도 단정하기 어렵다. 규정과 시효 등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p> <p data-source-line="24-24">팬들의 반응도 거세다. 국내에선 벌써부터 당시 경기에 나선 심판이 지목되고 있다. 보도에서는 구체적인 날짜와 경기까지 짚었다.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국가 심판들이 거론된다. 해외 팬들 역시 주목하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소식을 언급하며 과거 한국 대표팀의 경기에 심판 판정 관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만 이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단순한 의문 제기 정도에 그친다.</p> <p data-source-line="26-26">축구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참담한 심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밑바닥에서 농담으로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내용 아닌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게 놀랍다. 그리 오래전의 이야기도 아니다. 국제대회 예선전까지 심판을 접대했고, 그걸 겁도 없이 협회 법인카드로 했다. 얼마나 비상식적인 집단인가"라고 비판했다.</p> <p data-source-line="28-28">또 다른 축구계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축구계를 떠나고 싶다"며 "심각한 사안이다. 승부 조작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국제무대와도 풀어야 할 문제다. 한국 축구가 계속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성할 부분은 확실하게 반성하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p> <p data-source-line="30-31">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