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연기자라는 믿음 배우 이동휘가 전하는 메소드 연기의 진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응답하라 1988’의 동룡 같은 캐릭터로 남아있는 배우가 있다. 일상 속 인물을 유쾌하게 표현하는 재능으로 사랑받아온 41세 배우는 이번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

배우 본인과 캐릭터가 뒤섞인 이 영화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삶의 진솔한 면을 드러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서 제 얼굴이 정말 잘못 나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촬영 당시 한동안 스케줄이 없어 미용실도 가지 않고 머리와 수염을 그냥 기른 모습을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너무 리얼한 모습만 쫓다 보니 관객들께 보여드려도 되나 싶을 정도였죠.”

3월 18일 개봉한 이 영화는 코미디 역할로만 기억되는 배우가 진정한 연기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다. 2020년 단편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을 확장한 것으로, 배우는 주연뿐 아니라 기획과 제작에도 참여했다. 배우로서의 자신, 일상 속 자신, 극 중 캐릭터까지 겹쳐지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자신을 표현하는 게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찍다 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며낸 이야기인지 구분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런 고민들이 저를 더 겸손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20년 지기 친구이자 배우 출신인 감독과 두 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현장이 자유로웠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우연한 재치보다는 철저히 설계된 연기를 선택했고, 거의 모든 장면이 대본에 적힌 대로 진행됐다.

“이번엔 철저히 준비된 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건 거의 없었죠.” 예고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코믹 장면들도 모두 치밀하게 계획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함께한 배우들도 진심 어린 연기로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영화는 코믹함으로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깊은 감정의 균열과 그 끝을 향해 나아간다. 극 중 주인공은 쌓아온 감정을 쏟아내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그 장면은 이야기 속 누구에게도 포착되지 않는다. 카메라만이 그 시간을 붙들고, 오직 관객만이 그 순간을 지켜보게 된다.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사람의 도달점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제약과 선입견, 가족 문제까지 겹치며 정서적 타격을 받은 인물이 혼자만의 외침으로 울분을 터뜨리는 순간을 담았다. “누구도 그 모습을 기록하지 못하지만, 관객분들만은 목격하신 장면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담고 싶었던 건 배우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보여주는 얼굴, 혼자 있을 때의 얼굴, 힘든 일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얼굴.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최근 더 선명하게 느꼈다고 했다.

“어느 순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를 깨달았어요.” 배우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타인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이 존재한다. “집에서의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밖에서 그대로 보여주며 살지 않잖아요.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 삶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삶이라는 걸 공유하고 싶었죠.”

배우로서의 변화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 위에 있다. 최근 연극 작업을 연달아 진행하며 스스로를 더 어려운 환경에 밀어 넣고 있다. 독백이 많고 퇴장이 없는 구조 등 배우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까다로운 무대를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전 작품을 끝내고 몸이 정말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연기했거든요.” 돌이켜 보면 좀 더 절제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다음 작품에서는 더 어려운 조건을 선택했다. “힘들지 않고 적당한 건 제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5명이 나오는 극에서 2인극까지 해봤으니 이제 1인극이 남았네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저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어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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