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제조업체의 거래가 막판에 중단되면서 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각 계획을 다시 검토하게 된 것이다.
올해 5~6월로 예상됐던 주식 매매 계약 체결이 마지막 단계에서 불투명해졌다. 작년 12월 인수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던 거래였지만, 시장 환경이 예상치 못하게 급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웨이퍼 공급 업체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 실제로 올해 들어 관련 기업들의 가치가 2배 이상 상승한 상태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가치는 연초 대비 2.5배에서 3배까지 급등했다.
제시된 인수 금액은 약 5조원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몇 달 전 가격으로 회사를 넘길 경우 주주들로부터 회사 자산을 헐값에 판매했다는 법적 책임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최고 경영자가 최근 5년 내 메모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핵심 사업 부문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협상권의 법적 한계
법적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은 본 계약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 단지 독점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권리일 뿐, 진행 과정에서 협상 지위가 박탈되거나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 경우도 흔하다.
보통 양해각서 체결 시 계약 파기 측이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잃거나 실사 비용을 보상하는 조항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 가치가 조 단위로 변동하는 상황에서는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판단이 설 수 있다.
과거 사례로 본 교훈
계약 직전 거래가 무산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한 대기업 그룹은 조선업체 인수를 위해 6조 3000억원을 제시하며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계약 체결 직전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150억원의 보증금을 날리고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에는 비판과 평판 손실을 입었지만, 무리한 인수를 하지 않았기에 위기 속에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14년 후인 2022년, 해당 그룹은 친환경 선박 전환과 방위 산업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완벽한 시점에 과거 금액의 3분의 1 수준인 2조원에 같은 조선 업체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거래 중단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은 계약을 미룬 쪽에 평판 리스크가 집중되고 인수 예정이던 쪽은 전략적 계획이 꼬이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이 수년 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은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어떤 약속도 확정되지 않으며, 자본 시장에서는 도덕적 의무보다 실질적 이익과 타이밍이 우선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