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시내의 한 커피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오늘은 오후 3시에 문을 닫습니다”라고 안내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음료를 주문하려던 고객들도 같은 말을 들었다. 이미 오후 2시부터는 모바일 주문과 배달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 일부 고객은 “아, 오늘 일찍 닫는 날이구나”라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전국 2160여 개 매장의 영업을 오후 3시에 일제히 종료하며 펼쳐진 장면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판매 행사를 진행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1999년 국내 진출 이후 2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매장 직원들은 본사에서 제공한 영상을 통해 근현대사와 사회적 감수성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전 직원 교육과 외부 자문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신세계그룹 회장도 24일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별도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현장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오후 2시부터 조기 종료 안내가 이어졌고, 모바일 주문과 배달도 모두 중단되었다. 당일 만료 예정이던 쿠폰은 하루 더 연장되었는데, 이는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전 매장 조기 종료라는 강력한 결정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실수가 아닌 브랜드 위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당일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을 진행한 것은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이처럼 전국 매장을 일괄적으로 단축 운영하며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1년간 매주 월요일 카드 결제 추정액은 평균 42억 8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오후 영업 중단으로 인한 매출 손실은 약 21억 4000만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제 관심은 스타벅스가 실제로 운영 시스템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로 쏠린다.
스타벅스는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사회적 민감도 체크리스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획 단계부터 역사, 정치, 재난, 군사, 성별, 폭력, 혐오 표현 등 민감한 주제를 미리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제품, 기념품, 시즌 마케팅, 기념일 행사 전반에 걸쳐 검토 절차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3일부터는 잠정 중단했던 신제품 출시도 재개할 예정이며, 역사 교육을 기점으로 정상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스타벅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본다. 기념일 마케팅과 한정판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의미를 얼마나 신중하게 고려하느냐가 기업 위기 관리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역사 교육과 체크리스트 도입이 임시방편에 그칠지, 아니면 그룹 차원의 위기 관리 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계기가 될지가 향후 소비자 신뢰 회복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