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현장 전문가들이 금융지주 이사회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과거 학계나 공직 출신 중심이던 구성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금융사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융회사 대표 경험자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디지털 혁신, 비은행 부문 확대, 고객 보호 강화 등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을 보유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JB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낸 이동철 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30년 넘게 금융업계에서 전략, 재무, 디지털, 글로벌 업무를 담당했으며 카드사 대표 경험도 갖췄다. 국제법 전공에 뉴욕주 변호사 자격까지 보유해 법률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SC제일은행장 출신인 박종복 씨를 사외이사로 맞아들였다. 40년 이상 금융권에서 활동하며 디지털 금융 강화, 비대면 서비스 확대, 자산관리 사업 성장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다양한 고객 문제를 해결한 현장 경험이 전략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흐름은 이미 여러 금융지주에서 진행 중이다. KB금융지주에는 캐피탈사 대표 출신이, 신한금융지주에는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이, 우리금융지주에는 생명보험사 대표 출신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최근 은행장 경력자를 전문이사로 선임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서 ‘금융사 최고경영자 → 이사회’ 인재 이동 경로가 명확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금융지주의 전략 방향이 바뀌면서 나타났다. 은행 중심 수익에서 벗어나 증권·보험 등 다양한 금융 사업을 키워야 하고, 동시에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경쟁에도 대응해야 하는 복합 과제가 생기면서 실무 경험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도 영향을 미쳤다.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실질적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을 강조하면서, 학계나 공직 출신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금융 임원 출신을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업계 출신 인사가 이사회에 많아지면 경영진과의 유착 가능성이 커지고,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 인맥과 업계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할 경우 이사회가 전문성 집단이 아닌 이해관계 공동체로 변질될 위험이 있어, 독립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인선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