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 지켜주는 이익에 한 표’…젠지 사회주의 바람분다





“집세를 낮춰달라”는 외침이 전 세계 젊은이들을 거리와 투표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뉴욕의 조란 맘다니 시장부터 영국 녹색당의 잭 폴란스키 대표까지, 생활비 인하를 내세운 진보 정치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젠지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 뉴욕의 역사적 결정

최근 뉴욕시 임대료조정위원회는 약 100만 가구에 해당하는 임대료 안정화 주택의 2년간 임대료 동결을 7대 1로 결정했습니다. 위원회 역사상 처음 있는 2년 동결 조치로, 약 240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됩니다.

맘다니 시장은 임대료 동결과 함께 5세 이하 어린이 무상 보육, 시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식료품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취임 6개월 만에 핵심 공약을 실현했습니다.

▶ 전 세계로 확산되는 움직임

이러한 흐름은 뉴욕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폴란스키가 녹색당 대표가 된 후 당원이 3배로 급증해 23만 명에 달했고, 지지율도 10%대 후반까지 치솟았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신민주당의 아비 루이스가 공영 식료품점 설립을 약속했고, 독일 좌파당은 수년 만에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장뤼크 멜랑숑이 다음 대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생활비 정치의 핵심 전략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정책의 방향은 동일합니다. 임대료 규제, 무상 보육, 무료 대중교통처럼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혜택에 집중하고, 그 재원은 최상위 부유층 증세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폴란스키 대표는 약 204억 원이 넘는 자산에 매년 1%, 더 큰 자산에는 2%의 부유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합니다.

▶ 과거 진보와의 차이점

2010년대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주의가 광범위한 증세와 공동선을 강조했다면, 젠지 사회주의는 ‘나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진보적 정치 구호나 기후 위기 같은 거대 담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반 엘리트·반 빅테크 정서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도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경제는 역대 최고 성장을 기록하는데 월세는 감당이 안 되고 점심 한 끼가 4만 원을 넘는 현실, 즉 지표와 체감의 괴리가 분노의 근원입니다.

▶ 투자 시장의 또 다른 모습

같은 좌절감이 투자 시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미국 청년 투자자들은 온라인 입소문으로 급등락하는 주식, 암호화폐, 옵션 등 고위험 투자에 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디젠(자포자기한 도박꾼)’이라 부르며, 이런 정서를 ‘금융 허무주의’라 칭합니다. 35세 미만의 62%가 재무 목표를 이루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Z세대의 80%, 밀레니얼의 75%가 재정적으로 뒤처졌다고 느껴 투기성 투자에 끌린다고 응답했습니다. 안전하게 저축하고 꾸준히 투자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 보는 시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 비판과 전망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처방에 비판적입니다. 임대료 규제는 투자를 위축시켜 공급을 줄이고 결국 임대료를 더 올린다는 지적입니다.

최상위 부유층 증세 역시 대상자가 많지 않고,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세수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집세를 낮춰달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요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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